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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

수필

by K민석 2016. 3. 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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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속의 문장

- 배운 것을 비워버리는 그러한 작업은 느리고도 어려웠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들로부터 강요당했던 모든 배움보다 나에게는 더 유익했으며, 진실로 교육의 시작이었다.

- 어떠한 기쁨도 미리 준비하지 말라.

- 물론 흔히 어떤 주의라든가 어떤 정연한 사상의 완전한 체계가 나 자신에게 내 행동을 정당화해주는 것이 기뻤다. 그러나 때로는 그것이 내 관능의 도피처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 행복해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을 수 있게 된 그날부터 내 마음속에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 "네 자신을 알라"는 위험한 동시에 추악한 격언이다. 스스로를 관찰하는 자는 누구든 발전을 멈춘다. '자신을 잘 알려고' 애쓰는 애벌레는 절대로 나비가 되지 못할 것이다.




2/ 한 장의 글

-

사람은 오직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자신할 수 있다. 이해한다는 것은 곧 스스로 행할 수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최대한으로 많은 인간성을 수용할 것, 이것이야 말로 훌륭한 공식이다. 삶의 다양한 형태들이여, 너희 모두가 다 나에게는 아름답게 보였다.


-

나타나엘이여, 나의 책을 던져버려라. 거기에 만족하지 말라. 너의 진실이 어떤 다른 사람에 의해 찾아진다고 믿지 말라. 그 점을 그 무엇보다도 부끄럽게 생각하라. 내가 너의 양식을 찾아낸다고 해서 너는 그걸 먹을만큼 배고프지 않을 것이다. 내가 너의 침대를 마련한다 해도 너는 거기에 잠잘만큼 졸리지 않을 것이다.


-

동지여, 사람들이 그대에게 제안하는 바대로의 삶을 받아들이지 말라. 삶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굳게 믿어라. 그대의 삶도, 다른 사람의 삶도, 이승의 삶을 위안해주고 이 삶의 가난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어떤 다른 삶, 미래의 삶이 아니다. 받아들이지 말라. 삶에서 거의 대부분의 고통은 신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들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그대가 깨닫기 시작하는 날부터 그대는 그 고통들의 편을 더 이상 들지 않게될 것이다. 우상들에게 제물을 바치지 말라.


-

고통의 끝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왜 기쁨의 끝에서 오는 아픔보다 더 크지 못한 것인가? 그 까닭은 슬플때는 그 슬픔때문에 누리지 못한 행복을 생각하지만, 행복에 잠겨있을 때는 그 행복 덕분에 면하게 되는 고통들을 조금도 머릿속에 떠올리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대에게 행복하다는 것이 당연하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

지금 나는 나의 과거로 인하여 온통 구속을 받고 있다. 오늘 어느 행동 하나도 어제의 나에 의하여 결정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돌연하고 덧업고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인 나는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버리고... 아! 나 자신에게서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나 자신에 대한 존중으로 인하여 내가 묶여있는 이 구속의 저 너머로 도약하고만 싶다. 닻을 올리고 그리하여 가장 무모한 모험을 향하여... (…)

새로운 불안들이여! 아직 던져지지 않은 의문들이여! 어제의 고뇌에 나는 지쳤다. 나는 그 쓰디쓴 맛을 볼대로 보았다. 이제 나는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새로운 양식)




3/ 책의 느낌

과거의 나로부터 도약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모든 인간관계와 사회적 약속들, 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다 져버리고 그냥 아무도 모르는 낯선 도시에서 시작하고 싶다. 그 무엇도 가져가지 않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불안, 회의가 너무 강하게 자라잡고 있다. 
자신을 알기 위한 노력. 너무 우리 사회는 과도하게 집착한다. 자기소개서를 수백장 쓰고, 나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전시한다. 하지만 필요한 것은 자기에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마음으로 배우는 것.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애벌레의 껍질을 찢어 던져야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지금의 외투를 던지지는 못한다.
두렵기 때문에. 춥기 때문에.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몰라서 안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안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언제 해야하는지까지.
하지만 그걸 실행하지 않는다. 못한다.

광야로 떠나고 싶다. 나 자신의 초라함을 보고싶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민음사, 김화영 옮김, 2010

읽은기간 : 14.12.9. - 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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