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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방

1/ 책 속의 문장- 내 그림은 날이 갈수록 추상화가 되었는데, 완성되지 않은 그 그림들의 중심은 비어있었다.- 삭으로부터 망으로 차오른 달은 다시 삭으로 짚불처럼 꺼져내리며 임종과 만났다- 내 몸의 중심을 향해 순간, 별똥별, 하나가 날카롭게 졌다. 텅 빈, 내 화판의 중심에 한 줌 밖에, 안되는, 노파가, 들어와..주검처럼...조용히 누워있었다. 2/ 한 장의 글-별빛은 아무 경계도 없었다. 별빛이 따로 길을 내지 않으니 왜 경계를 수반하겠는가? (...) 나는 좀 더 깊이 별빛에 젖으려고 고개를 한껏 뒤로 꺾었다. 억새가 가만히 흔들리고 망초가 가만히 흔들렸다. 밤이 얼마나 깊었을까. 숲에서 밤새 몇 마리가 별빛에 부드럽게 젖은 목소리로 울었다. 모든 것을 경꼐없이 흐르는 대로 흐르게 두고 보면, ..

황금물고기

1/ 책속의 문장- 달리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누구라 하더라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 다른 사물들 사이을 누비며 살아가고 싶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옷을 입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걸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담배를 피웠고, 다른 사람들처럼 말했다. 이런 말들을 할때도 있었다.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알겠어?" 아무도 내가 지구반대편에서 왔다고 생각하지 않을것이다. 2/ 한 장의 글-몇 분이 지나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 선원이 닻줄을 던지자, 배는 파도에 좌우로 흔들거리며 항구의 수로를 따라 천천히 미끄러졌다. 자초지종은 그러했다. 우리는 그곳을 떠나 멀리 갔다. 어디로 가는지 몰랐으며, 언제..

노인과 바다

1/ 책 속의 문장 - 달이 산 너머로 져서 배는 보이지 않았지만 노를 젓는 물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왔다.- 바다에서는 쓸데 없는 말을 하지않는 것이 미덕으로 되어있었고 노인도 그것을 존중했다. - 도대체 내 재능이란 무엇이었던가. 틀림없이 재능이긴 했으나, 그것을 팔아넘기기에 급급하지 않았던가. 2/ 한 장의 글-"이렇게 멀리까지 나오지 말걸 그랬어" , 그런데 무엇이 너를 지게했는가?"그런건 없어. 너무 멀리 나갔던거야" -아무것도 쓰지 않고 안일만을 추구하며 자기 스스로 멸시한 그런 인간이 되어버린 매일의 생활이 그를 우둔하게 만들었다. 일에 대한 의욕마저 약해졌기 때문에,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3/ 책의 느낌너무나 많은 것을 욕망하고, 그 모든 것들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갈망하..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책 속의 문장- 단 한권의 책이 나를 이런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바로 위험한 책이었다.- 하마터면 미쳐버릴 뻔 했습니다. 이해되는 건 아무 것도 없는 데다가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걸요. (...) 요구가 까다로운 책들의 경우에는 늘 그렇다.- 작가란 무엇인가를 쓰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 체험하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다.만약 네가 무엇인가를 체험하려면 해적이나 책사냥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네가 글을 쓰고 싶다면 그냥 써야한다. 만약 네가 그것을 너 자신으로부터 창조해 낼 수 없다면 다른 어디서도 찾아낼 수 없다. 2/ 한 장의 글-여기에는 바로 '꿈꾸는 책들'이 있었다. 그 도시에서는 고서적들을 그렇게 불렀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장사꾼들의 제대로 살아있는 것도 그렇다고 제대로 죽은 것도..

내가 훔친 여름

1/ 책 속의 문장- 하긴 나도 생각할 건 많았다. 아니다, 나의 경우엔 생각하고 싶지 않은게 너무 많았다.- 그러나 나는 나와 함께 보낸 이 밤이 그 여자에겐 자기 일생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밤이 되기를 바랐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빈손으로 어느 도시에 들어섰을 때, 그 사람은 그 도시 전체와 한 봄으로 대결해야 하는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 아무 연고도 없이 빈 손으로 그 도시에 들어선 사람은 어느 것을 통하여 그 도시를 상대하기 힘든 것이다. 2/ 한 장의 글-다음날은 눈이 내렸다. 도서관에 가기위해서 학교엘 갔더니 방학 중이기 때문에 교정엔 사람이 드물었고 눈만이 교정의 나무들 위로 탐스럽게 쌓이고 있었다. 나는 문득 교정과 강의실인 우중충한 건물들에 대하여 맹렬한 사랑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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