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속의 문장
- 별똥별이 별과 별 사이를 흐르다 생의 뒷면으로 사라졌다.
- 밤의 초원에 앉아있는 두 마리의 낙타 위로 달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테비시는 달빛을 받아 검은 자태를 은은히 드러냈다. 밤하늘 위로 폭죽을 쏘아올린듯, 별들이 반짝였고 반달은 작은 배처럼 별과 별 사이를 헤치며 노를 저었다.
2/ 한 장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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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는 거기에 있었고 다만 닿을 수 없었다. 살아오면서 내가 손을 내밀어 잡으려던 모든 것들이 신기루였을까. 그토록 간절하게 잡으려 했으나 잡을 수 없었던 신기루들. 잠시 내 곁에 머물던 오아시스 같은 행복들, 혹은 내가 머물렀던 행복을 생각하니 울컥 치미는 것이 있었다. 사라진 신기루 앞에서 나아갈 수도 돌아갈수도 없었다. 살아가면서 또 얼마나 많은 신기루를 만날것인가. 신기루를 만날때마다 나는 어떤 머뭇거림도 없이 또 걸어갈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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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것, 슬픔이나 사랑이나 죽음 따위를 관념으로 상상하는 것은 결국 허상이었다. 그것은 결코 면도날로 살을 베어내는 듯한 상처를 남기지 못했다. 오로지 몸으로 겪은 것들만 실상인 것을. 육체가 겪어낸 순간들만 기억이 되고, 상처로 남았다. 이 고비를 넘으면 바람에 날려가는 모래먼지처럼 내 생의 모든 기억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 이제 기어이 고비 속으로 들어가 고독해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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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대로 세상은 움직여주지 않아. 너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고 세상이라는 그물망의 한 코로 존재하는 거지. 그것을 관계라고 해. 바람도 홀로 태어나는 게 아니야. 반드시 관계 속에서 태어나지. 펄럭이는 나비의 날개에서 태어나기로 하는 것처럼. 보아하니 너는 관계를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관계를 무시하고 홀로 존재하려고 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욕망이지. 가족을 생각해봐. 너의 식구들,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할머니와 친척들 모두가 관계 속에서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어. 너 혹시 그것을 끊고싶은거 아니야? 그렇다면 너는, 너를 너무 많이 욕망하고 있구나.
3/ 책의 느낌
사막은 공허의 공간이다. 그렇기에 항상 많은 동경과 상상, 몽상으로 가득차 있다.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내 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사막이 거의 없는 이 땅에서 사막을 동경하는 것은 그저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것일까.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
실제로 사막의 대부분은 모래사막이 아니라고 한다. 풀도 어느정도는 자라고 자갈과 돌들이 가득하다고 한다.
어떤 것으로 이루어져있든 사막의 이미지는 황량하다.
"사막은 매 순간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인간도 매순간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야만 한다"
아무도 없는 사막에 누워서 별들을 바라보고 싶다. 다 식어버린 사막 위에 누워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에 취하고 싶다.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 느낌도 없이.
- 정도상, 낙타, 문학동네, 2010
읽은기간 : 15.6.27. - 15.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