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스토리
스토리는 우리가 알던 것 역사적 사실과 거의 유사하다.
북간도에서 자라고 학교를 다니며 문예에 많은 관심을 가지다가 연희전문학원을 나오고 일본에서 공부중 체포되어 옥중 사망.
한 사람의 일생을 이렇게 가볍게 한 줄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소름끼치면서도 무섭다.
그가 불운이도 단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수도 있지만, 직접 알지못하는 '남'이기에 이렇게도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그냥 스토리라인을 쓱 훑고 지나간다. 중간중간 현실/과거의 교차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정방향으로 진행된다.
# 2. 구성과 연출
영화에서 내가 가장 많은 생각을 한 부분이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그런 구성이기도 하다. 흑백에 그 흔한 총격전이나 액션 장면도 하나 없이 잔잔하게 과거에서 현재로 흘러내려오는 영화는 쉬이 예측가능하고 단조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시'가 뒤흔들어 놓는다.
영화 전반, 아니 동주의 인생 전체에 흐르는 시들은 우리가 아는 그런 시들이다.
'참회록' '서시' '별 헤는 밤'.....
이 시들은 필요한 순간마다 조용히 낭독되면서 생각을 깨우고 감정을 흔든다.
가장 잘 알려진 시인의 시가 영화 속에서 들려오는데 그 느낌은 너무나 낯설다.
우리가 알고있는 문장, 단어, 글자들이지만, 우리가 상상하고 느끼지 못한 역사와 상황들이 함께 등장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쉽게 쓰여진 시 앞에서 그는 통곡한다.
# 3. 생각한 지점
같이 영화를 본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같은 나이에 나는 무얼 하고있는가' '29살에 생을 마감한 것이면 나는 3년이 남았는데, 그 3년뒤에 나는 뭘 하고 있을까'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다른 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마음 한 편이 씁쓸하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하는 시대와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없는 시대.
어쩌면 그냥 그는 대단한 시인이고 위인이었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게 맞는 생각일수도.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어떻게 시대를 반영하면서 살아가는 걸까. 인생 속에 투영되고 반영되는 시대는 어떻게 보일까.
사소한 이야기와 대화에 목숨을 걸어야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변혁의 시대는 수 시대를 지나 생존의 시대로 바꿨다.
밥을 굶는 일도 없어지고, 공부하기 위해 초롱불을 밝히던 손은 수백배의 빛을 내는 전등의 스위치를 누르고 있다.
나는 20살때 가벼이 꿈을 꾸고, 과거의 행동들에 속박되어 살고있다.
수십년전 같은 학교를 다닌 선배. 지금은 그의 시가 노래가 되어 축제에서 후배들에게 이렇게 소비되고 술안주거리로 쓰이는 사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실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서시, 윤동주, 1948
[영화] Gloomy Sunday (0) | 2016.0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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