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둔황

K민석 2016. 3. 19. 10:26





1/ 책속의 문장

- 내게 어떤 운명이 닥칠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자진해서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기필코 살아남겠다는 마음도 없었다.

- 날이 갈수록 행덕에게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고, 또한 그들의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러한 인간의 무력함과 생명의 무의미함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종교가 흥미로웠다.



2/ 한 장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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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그가 목격한 학문과도 그리고 서적과도 전혀 무관한 별개의 것이었다. 적어도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아울러 조행덕이 지금까지 고수해온 사고방식이나 인생의 대처방법등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대는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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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변은 그곳에서만 일어나고 있을 뿐, 평원은 적막에 싸여 있었다. 맑고 푸른 하늘에는 군데군데 솜을 찢어놓은 듯한 하얀 조각구름이 점점이 걸려있었고, 평원에는 겨울 햇살이 소리없이 내리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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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과 목숨, 권력은 한결같이 그것을 소유하는 자의 것이었으나, 경전은 달랐다. 경전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불에 타지 않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아무도 경전을 빼앗아갈수 없으며 그 누구의 소유물도 될 수 없었다. 타지 않고 지금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불쑥, '영원'이라는 글자가 행덕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3/ 책의 느낌

중국대륙의 역사는 길고 무수한 피로 쓰여있다. 그렇지 않는 대륙과 나라가 어디있겠느냐만은 그 광활한 대륙을 통일하고 지배하기 위하여 펼쳐진 수십만명의 전쟁, 수백만명의 대전은 세계 어느나라보다 강렬한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고 있다.
새로운 국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강한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그리고 그 강함이 지금 21세기에는 어떤 것을 의미할까.

국가는 그 안에 포함되어있는 국민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반대로 국민은 국가라는 장치에 대하여 미치는 힘은 매우 미미해 보인다. 그 힘의 불균형 속에서 중세시대에는 왕이나 종교적 지도자에게 복종을 맹세하였다.
국가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인격체로서 점점 존재하려고 진화하는 중이다. 그 누구도 국가가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어지고 있지만 국가가 하는 일은 점점 확장되어간다.


- 이노우에 야스시, 둔황, 문학동네, 임용택 옮김, 2010   
읽은기간 : 14.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