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런던 스케치
K민석
2016. 2. 25. 11:32
1/ 책속의 문장
- 울타리 안에는 야생동물이 있다. 울타리 밖 자유로운 쪽으로는 인간과 개들이 있다.
- 이봐요. 당신이 일생동안 매일 밤 누군가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할 수 있었다면,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걸 누린 거에요. 당신, 그런식으로는 볼 수 없나요?
- 상관하지 않게 되는 것, 그것은 예기치 못했던, 위대한 기적같은 해방이었다. 그 모든 것, 그 고뇌와 고통, 그리고 밤에 울면서 깨어 누워있는 것 등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들이었나.
2/ 한 장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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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본능은 그들에게 속삭인다. '개가 반드시 인간을 따라다닐 필요는 없어' 개들은 꼬리를 흔들며 서로에게 접근한다. (…) 이 개들은 집에 매인, 인간에게 매인 개들의 자손의 자손일지도 모르지만 이미 한 집단이다, (…) 그러나 여기 주인들이 온다. 여기 인간들이 있다. 그들은 질서를 세우려고 달려온다. 집단은 무너지고 개들은 차분하게 주인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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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술집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은 동굴 같은 어둑한 공간에서 일요일 점심먹기 전, 음주의식을 즐기면서 희미한 빛에 의해 하나로 융합되는 것이다. (…) 마치 어떤 실마리 또는 기본적인 정의, 근원적인 어떤 것이 언급되기만 하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즉시 동의할 듯 보였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언급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언급되지 않을 것이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3/ 책의 느낌
현대 이전 근대의 유럽, 런던의 모습.
사실적인 묘사와 제한적인 감정표현, 색깔을 칠하지 않는 스케치와 같은 도시.
런던의 흑백적인 요소를 확실하게 부각시키는 르포.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도시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약간은 들을 수 있다.
멀리서 보는 게 전부인 '여행자'의 시선으로는 도시의 외관이나 느낌, 분위기만을 스치듯 볼 수 있다. 그 곳에 살고있는 사람의 생활과 문화, 모습을 통해서 진정으로 도시를 색깔을 칠해가며 오랫동안 그릴 수 있다.
장 그르니에의 <섬>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나도 어느 외딴 도시에 뚝 떨여져서 한 몇년 살아보고 싶다. 그 곳이라면 과거를 모두 잊고, 굴레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그 도시에 대하여 이야기를 어느 정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 도리스 레싱, 런던 스케치, 민음사, 서숙, 2005
읽은기간 :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