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밤중의 작은풍경

K민석 2016. 11. 22. 21:26


1/ 책 속의 문장

- 서른 살이 되면 나는 살아가기에 불편하지 않은 사람으로 변하리라. 그래, 서른살만 되면...


- 사람마다 약한 부분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나봐. 그 약한 부분이 그 사람의 인생을 예정에 없던 엉뚱한 꼴로 망가뜨려버리는 것같다. 


- 딩동. 초인종 소리가 정적을 깨뜨리고 그 여운이 파문처럼 퍼져나가 집안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한번 울린 걸로만 그치고 주위는 깊은 정적이 다시 휩쌌다.





2/ 한 장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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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많은 청소년들이 그렇듯이 서른 살이란 그에게도 자기 운명의 결정적인 나이가 될 것 같았다. 어떤 친구들에겐 그건 자살한 나이이고 어떤 친구들에겐 이제 살아보기 시작할 나이였다. 그야 어쨌든 그에게도 서른 살이란 두렵고 그러면서도 많은 것을 기대해보고 싶음으로써 기다려지는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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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다시 마주치게 되는 그 낯익은 고독감. 언제봐도 서먹서먹하고 낯설은 거대한 도시. 무관심하게 지나쳐가는 수많은 타인들. 어떠한 무책임한 범죄도 용서받을 것같은 자기연민이 마약처럼 피어오른다. 직장 동료들 틈에서 그리고 가족들 틈에서 잊어버렸던 자기 자신의 존재의 덩어리를 다시 발견하는 것은 마치 상처를 집적거려 고통을 확인해보는 것 같은 일종의 악습이 돼버린 것이다. (...) 경식은 오늘은 여의도에 있는 63빌딩을 향하기로 한다. 토요일 오후 반나절을 이리저리 기웃 구경하고 다니기에 충분할만큼 거대하다. 그 안에 수족관이니 아이맥스 영화관이니 하는 여러가지 볼만한 시설이 있다는 얘기를 듣기만 했을 뿐 아직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 그러나 실은 그 시설들을 보러가는 게 아니라 그 도회적인 시설들에 소외당하고 있는 고독한 자신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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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라는 이 원식적인 풍습 속에는 확실히 기묘한 흥분이 있었다. 타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쾌감과 실패에 대한 초조함이 뒤섞인 흥분이었다. 적어도 성우군과 종희양에게 각각 만날 장소와 시간을 일러두고 약속한 날 약속한 장소인 다방으로 나갈 때까지 우리 부부는 소풍 전날 밤의 아이들처럼 들떠있었다. 마치 우리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살아있는 인형들을 가지고 소꿉장난을 하는 것 같았다.




3/ 책의 느낌

도시에서 느끼는 외로움. 아니, 그냥 인간 본연의 외로움. 고독

쓸쓸한 모습. 쓸쓸한 감정.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이 느낌.



김승옥, 한밤중의 작은풍경, 문학동네, 2004

읽은기간 : 2016. 3. 4.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