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더보이

K민석 2016. 6. 26. 14:48

1/ 책속의 문장

- 그게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들을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는 것, 그런 순간에도 나는 그들의 마음을 읽었다.

- 평범해지고 나서야 나는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나를 외롭고 가난한 소년으로 만들었다.

-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더라면



2/ 한 장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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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눈을 가진 짐승이라는 것은 밤하늘을 뜻했다. 태어나서 그때까지 나는 얼마나 자주 밤하늘을 쳐다봤을까? 모르긴 해도 수백번은 될 것이었다. 하지만 내게 첫 밤하늘은 어쩐지 그 밤하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뜻한 밤하늘. 새로 난 이처럼 튼튼하고 낯선 밤하늘. 단단하고 차갑고 날카롭고 반짝반짝 윤이나는, 전혀 새로운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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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는 건 지금 내게 온기가 없다는 뜻이고, 외롭다는 건 지금 내게 친구나 가족이 없다는 뜻이며, 배가 고프다는 건 지금 내게 만두가 없다는 뜻이란 걸 나는 깨달았다. 거리를 걸어다니는 동안, 내가 들었던 마음의 소리들 역시 그와 비슷했다. 다들 지금 자기에게 없는 사람이나 없는 것들을 소망했다. 애인들, 돈을, 건강을, 행운을. 도넛이 가운데 구멍을 생각하듯이, 뭔가 원한다는 건 지금 자기에게 없는 걸 원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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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으로 책을 읽으려면 작가가 쓰지 않은 글을 읽어야만 해. 썼다가 지웠다가, 쓰려고 했지만 역부족으로 쓰지 못했다거나, 처음부터 아예 쓰지 않으려고 제외시킨 것들 말이야. (…) 평생을 읽어도 다 읽지 못하는 책이 이 세상에 수두룩한 이유지.



3/ 책의 느낌

 내가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경험하는 수많은 일들, 사건들, 경험들. 하지만 모두 다르고 모두 제각각이다. 내가 태어난 환경에서 다른 사람이 똑같이 태어나서 경험한 것들을 그대로 경험한다고 하더라도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 것이다. 그 서로 다른 인생들은 너무도 다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생각했다. 다르지 않다. 전혀 다르지 않은 삶들이구나.

 왜인지 모르지만, 어쩌면 나는 그냥 혼자만의 착각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나는 다르다, 나는 특별하다라는 생각에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럴 것이고 그렇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모두 다른 삶을 산다는 생각을 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세상의 많은 것은 비슷비슷했으며, 다들 고만고만한 고민들을 껴안고 삶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결 방식도 대부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두 비슷했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 일대기. 성장소설은 그 역사를 다룬다. 그 속에서 소설적 요소를 극대화시키면서 그에게 이입되게 하는 것이 바로 성장소설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 또한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비슷한 사람들이 왜 다들 비슷하지 않다고 믿으면서 사는 것일까?"



- 김연수, 원더보이, 문학동네, 2012

읽은기간 : 15.7.31. -8.1.